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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 영 (b. 1993)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 졸업, 고고학 부전공

 사라져 버릴 수도 있는 작은 이야기들에 관심을 두어 온 이주영 작가는 효율적인 대도시에 밀려나는 변두리의 것들에 애틋함을 느꼈다. 이에 도시를 주력으로 받쳐주는 가치와는 다른 논리를 알고자 매순간 모습을 바꾸는 바다를 찾고, 일차 산업에 종사하는 해녀의 물질을 배우기도 했는데, 이러한 탐험은 곧 작품으로 연결된다. 작가는 붙잡고자 하는 이야기에 따라 다양한 형식과 물성을 활용한다.

 지금 작가는 두 돌의 아이와 양양바다 끄트머리가 보이는 물치에 살고 있다. 주부이자 엄마의 정체성은 애정을 가졌던 주제인 ‘변두리’ 와 맞닿아 있었으나, 동시에 아이가 어린 짧은 시간은 너무나 소중했다. 그렇다면 오히려 그는 좋아하는 바다를 옆에 두고, 매일 대부분을 아이와 함께하며 사랑이 가득한 시절이기에 가능한 일로 긍정의 저항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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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노트

<마주 앉아 물결을 불러오자, 2023> 

지금 이곳에서. 매일 아이와 함께하고 사랑이 가득하기에 가능한 일을 찾는다. 물결은 우리 스스로의 손으로 불러오자 마음먹으며 서로가 있기에 새로이 멀리 나간다. 나무블록을 쌓아 올리면 아이가 신나서 무너뜨린다. 어떤 모양으로 쌓을지 결정하는 사소한 고민이 한때는 최대의 창작과도 같았기에, 두 사람에게 즐거움을 주는 블록놀이는 작업의 시작점이 된다. 아기 손수건 위에 무너진 블록들의 청사진을 찍는다. 감광액을 바르는 밤은 나의 것이며 낮에는 시간이 아이를 자라게 하듯 햇빛이 흔적을 남긴다. 감광은 작게 수평선이 보이는 창가에서 이루어지는데, 나에게 꿈은 바다의 모습으로 상징된다. 손수건은 푸르게 물들며 바다를 집으로 불러오고 마음속 바람과 일상을 잇는 물건으로 기능한다.

 블록 쌓기는 미리 컴퓨터로 계획하고 실현하여 아이가 무너뜨리는 상황을 지켜보았다. 깨끗한 계획도시나 새 건물들이 먼 미래에 어찌 변할지 상상하던 이전 작업태도의 연장선이기도 하다. 블록놀이를 하는 날에는 가능한 한 바닷가에 나가 영상을 찍고, 찍어 온 바다를 블록모델에 맵핑한다. 그렇지 못 한 날에는 투명한 재질을 가진다. 쌓이고 무너지고 또 쌓이는 바다블록들을 보며 높은 건물들이 올라가고 있는 동해안의 도시를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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