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연 후
성 상 식
이 주 영
황 호 빈
전시 서문
글 한 승 은
일구지난설은 직접 겪어보지 않고서야 설명할 수 없다는 뜻의 강릉 방언으로 양간지풍일구지난설과 양강지풍일구지난설에서 유래한다. 양간지풍일구지난설이 양양과 간성(고성) 사이에 부는 바람은 한마디로 설명하기 어려울 만큼 거세다는 뜻이면, 양강지풍일구지난설은 양양과 강릉 사이에 부는 바람은 한마디로 설명하기 어려울 만큼 거세다는 뜻.
강릉에서 고성에 이르는 강원도 동해안 지역. 즉, 강릉, 양양, 속초, 고성. 지난 봄 이들 지역에서도 양양과 강릉에 초점을 맞춰 양강지풍일구지난설의 미술 현장을 선보인 대추무파인아트는 올 겨울, 지난 봄에 모인 작가들과 함께 양강지풍일구지난설의 미술 현장을 다시 벌인다. 일구지난설이라는 제목 아래 따로 또 같이 일구지난설을 보여준 작가들이 여름과 가을을 지나 겨울에 다시 모여 만든 전시의 일구지난설은 어떤 현장일까. 일구지난설과 시작한 한 해를 일구지난설과 마무리하는 시간은 직접 겪어보지 않고서야 설명할 수 없는 작가의 삶을 내비친다. 양양과 강릉에서 작업하며 살아가는 삶의 일구지난설. 박연후, 성상식, 이주영, 황호빈의 일구지난설은 2024년 강원 동해안 지역의 일면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작업은 설명하지 않고 보여준다. 직접 겪어보지 않고서야 보여줄 수 없다는 뜻으로 일구지난설을 풀이한다면 어떨까. 강릉과 양양에서 직접 겪은 만큼 보여줄 수 있는 작업은 일구지난설을 어떻게 다시 쓸 수 있을까. 작가도 관객도 2024년 겨울 대추무파인아트에서 일구지난설을 새로 정의할 수 있기를. 직접 겪어본 만큼 설명할 수 있는 일구지난설의 현장이 차가운 겨울 바람에서 돌아오는 봄을 불러낼 수 있길 기대한다.
일구지난설 (一口之難說) - 이상향을 그리다
글 김 래 현
"어디에 살아야 할 것인가?" 이는 인간이 끊임없이 던져온 질문이며, 우리의 삶을 지탱하는 근본적인 고민이다. 조선 후기 실학자 이중환의 저서 <택리지>는 바로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찾아 나선 여정의 기록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중환의 시선은 단순히 땅의 비옥함이나 자연 경관에 머무르지 않았다. 그는 발품을 팔아 직접 만난 사람들의 삶 속에서 이상향의 조건을 발견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삶의 방식과 그 가능성을 탐구했다. 이번 전시는 <택리지>에 등장하는 표현 중 하나인 ‘일구지난설’에주목했다. 이는 단지 지리적, 물리적 조건을 넘어, 인간의 삶이 펼쳐지는 다양한 공간에 깃든 가능성과 한계를 이야기한다. 이중환이 전국을 유랑하며 만난 사농공상의 사람들, 그리고 그 속에서 발견한 민초들의 꿈과 고뇌는 오늘날 우리가 다시금 이상향을 상상하고 실천하는 데 중요한 영감을 제공한다.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일구지난설’의 의미를 현대적 시선으로 재해석하며 각자의 방식으로 이상향을 시각화한다. 작품들은 지역적 정체성과 세계관, 그리고 인간의 삶의 다층적 조건을 포착하며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의 의미를 확장한다. 어떤 작품은 자연의 순환 속에서 인간의 존재를 바라보는 한편, 또 다른 작품은 사회적 관계와 개인적 경험을 통해 ‘일구지난설’의 현대적 해석을 제안한다.
이중환이 탐구한 유토피아는 고정된 형태나 절대적인 기준을 가진 이상향이 아니라, 각기 다른 삶의 조건과 개인의 세계관에 따라 계속해서 변화하는 이상향일 것이다. <택리지>에서 그는 자연과 인간의 조화, 삶의 조건에 맞는 터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각기 다른 사람들의 삶에서 이상적인 공간과 방식을 찾아갔다. 즉, 유토피아는 단순히 한 곳에 고정된 개념이 아니라, 시대와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는 다층적인 개념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 전시가 던지는 질문은 이상향이 고정된 곳에 존재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제기하는 것뿐만 아니라, 각자가 자신의 삶 속에서 계속해서 발견하고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