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연 후 (b. 1982)
강릉원주대학교 미술대학 졸업
강릉원주대학교 미술대학원 석사 졸업
강릉에서 태어난 박연후 작가는 졸업 후 오랜기간 타지에서 생활하며 작업하다 최근 2019년 강릉에 다시 돌아와 정착하여 활동하고 있다.
삶의 주변에서 목격되는 다양한 경계의 지점으로부터 발생하는 이야기들을 주로 작업에 녹여내고, 자신의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을 통해 개인의 정체성과 집단의 일원으로서 개인이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 고민하고 탐구한다. 평소 반복적인 행위를 이용한 표현과 최근에는 ‘저항’과 ‘수용’ 사이에서 균형 잡는 삶을 통해 무게 중심을 찾는 것에 몰두하고 있다.
작가노트
<울퉁불퉁한 시간>, 2024
기간을 정해 놓고 그 기간안에 내 몸이 쉽게 달성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구심을 품은 채 허황된 목표를 세운다. 세 달 안에 아니 두 달 안에. 아니 여름이 다가오기 전에.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다양한 운동방법을 검색하고 최대한 내가 견딜만한 통증 직전까지의 강도높은 운동들을 시도한다. 몸을 움직이고 땀을 흘리는 동안 무언가 기분이 상쾌해지고 건강해진 느낌도 들고 좀 더 목표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마음에 신이 나서 팔다리가 분주해진다.
누구나 크고 작은 흉이 있다. 본래 피부색보다 더 붉거나 혹은 더 짙거나 부풀거나 오그라들어서 울퉁불퉁한 흉 말이다. 내 배에 그 흉이 있다. 빨갛게 부풀고 가로로 남은 흉이 있다. 지난 여름, 나는 이 흉을 얻었다. 이제 붉은색 흉은 나에게 일상이 되었지만 처음엔 싫어서 늘 의식했다. 나만 아는 이 작은 흉이 내가 고장나고 흠집 났다는 걸 매일 확인시키는 바람에 완전히 나는 흠 난 것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볼수록 흉하고 징그러웠지만 나는 이 흉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문제는 흉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붉은색 흉을 얻은 대가로 딸려온 둥글게 부푼 배가 문제였다. 상처가 나면 으레 부으니까 나는 기다려 보기로 했는데 조금은 가라앉는가 싶더니 붓기가 빠지다가 어느 시점에 멈추어 버렸다.
같지만 같지 않은 내가 어떻게든 이 안에서 살아남는 법을 찾아야 한다. 나를 거부하는 옷 안에서 살아가는 법을 찾아야 한다. 지금까지 달성하지 못한 나의 목표들은 내가 바라는 기간안에 원하는 만큼 줄어들지 않았다. 부풀어진 배 만큼이나 한껏 부풀려진 환상 속 나의 몸은 패배감과 실망으로 채워진다.
나는 오늘 다시 새 목표를 세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