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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은 철 (b. 1979)

단국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졸업

Alanus Hochschule für Kunst und Gesellschaft. Germany 석사 졸업 

Selected Exhibitions

2023 <황야로의 도주> 예술의 시간, 서울

        <No Future on Mondays, Scotty e.V>, 베를린, 독일

2022 <Re:imagine> 오분의 일, 광명

        <당신의 서 있는 땅 위에>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청주

        <행궁유람 행행행> 수원시립 아이파크미술관, 수원

2018 <Ausstellung 4, Kuenstlerforum Remagen> 레마겐, 독일

        <Haus der Fehler, Kuenstlerforum Bonn> 본, 독일

Residency

2023 3기 수원아트스튜디오, 푸른지대창작샘터, 수원문화재단

2021 15기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청주시립미술관

2019 한달 레지던시 프로그램, 아트스페이스 오, 서울

 최은철은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는 작가로, 드로잉, 공간 설치, 설탕으로 만든 오브제, 사진 및 영상 작업을 통해 현대 사회의 대립적 이슈를 탐구한다. 특히 기후 변화, 사회적 양극화, 빈곤과 풍요, 타자와의 갈등 등 사회 전반에서 드러나는 모순을 작업에 담아낸다. 작가의 이번 개인전 고래는 오지 않는다는 현대사회의 개발과 속도, 그리고 그 이면에 숨겨진 이야기를 비판적으로 탐구한다. 이러한 작품 세계는 현대 문명이 안고 있는 복잡한 문제와 인간이 잊고 살아가는 신화적, 제의적 세계를 비평적으로 재구성하여 관객들에게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제공한다.

 강릉이라는 지역적 배경은 이번 전시에서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작가는 오죽헌시립박물관, 굴산사지 석불좌상, 경포대 등 강릉의 유서 깊은 장소들을 탐방하며 이곳의 역사적 유물과 자연환경을 연구했다. 이 과정에서 강릉의 잊혀진 문화유산을 재조명하며, 이를 작품 속에 녹여냈다. 작가의 이번 전시는 단순한 미적 경험을 넘어, 우리가 잃어버린 자연과 역사를 되새기게 하고 관객들은 설탕으로 만든 오브제들이 점차 사라지는 과정을 통해 도시 문명의 일시적이고 덧없는 성격을 체감하게 될 것이다. 최은철의 작업은 철저한 리서치로 구성되어 있으며, 역사적·고고학적 요소를 기반으로 한 그의 시각적 아이디어는 이번 전시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작가는 강릉의 잊혀진 유물들을 현대적인 미술의 맥락에서 재조명하며, 예술과 고고학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한다. 그의 작품은 잊혀진 역사를 단순히 과거로 회귀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해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문제들에 대한 비판적 질문을 던진다. 최은철의 개인전 <고래는 오지 않는다>는 현대 사회가 잃어버린 자연, 시간, 그리고 그 안에 숨겨진 신화적 의미를 재발견할 기회를 제공하며, 강릉이라는 역사적 공간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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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은 철

 

 남들이 괴로워하는 동안 나는 자고 있었을까? 지금도 나는 자고 있는 걸까? 내일 잠에서 깨어나면, 혹은 그걸 인식하게 될 때 오늘의 일을 어떻게 말하게 될까? 내 친구 에스트라공과 이곳에서 밤이 올 때까지 고도를 기다렸다 말하게 될까? 하지만 이것들 중 진실이 있긴 할까? — 블라디미르, 사무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

 블라디미르는 남들이 괴로워하는 동안 자신이 자고 있었는지, 아니면 지금도 자고 있는지를 스스로 반문한다. 내일 잠에서 깨어날 때 오늘의 일을 어떻게 기억할지, 그리고 에스트라공과 함께 고도를 기다린 것을 어떻게 설명할지 고민한다. 그러나 이 질문 중 어떤 것이 진실인지 알 수 없다. 이러한 내면의 갈등은 사무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에서 블라디미르가 겪는 심리적 혼란을 잘 보여준다. 고도는 오지 않는 희망을 상징한다. 사람들은 이 희망 때문에 포기하지 않고 계속 살아가지만, 그 희망은 자주 현실에서 좌절된다. 결국 사람들은 내일이라는 희망에 집착하면서 오늘을 상실하게 되며, 고도를 기다리는 행위는 단순한 기다림을 넘어서 희망과 절망 사이에서 반복되는 인간의 존재 방식을 드러낸다.

 고도의 부재는 다양한 관점에서 해석되지만, 작가에게 마치 "인간 문명의 유물"처럼 비유된다. 소설 속 주인공들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자신의 존재와 행동이 의미 있기를 바라지만, 고도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그들의 삶이 마치 무의미한 유물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유물은 단순히 과거를 기억하는 도구에 그치지 않고, 현재의 문화와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현대 사회에서 유물은 과거의 의미를 현재와 연결 짓고, 그로 인해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가 되거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유물은 과거와 현재를 잇는 중요한 다리 역할을 하며, 사회적 기억과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기여한다.

이 프로젝트는 한송사와 한송사지의 좌우 협시보살상, 그리고 아직 발견되지 않은 부처의 삼존불에 얽힌 이야기는 강릉이라는 특별한 장소와 해일로 인해 폐허가 된 사찰 터에서 시작된다. 한송사는 신라 시대에 건립된 사찰로, 그 당시 불교의 중심지 중 하나로 여겨졌다. 이곳은 신라 불교 문화와 사찰 건축의 발전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유적지로서, 시•공간의 독특한 특성이 혼재된 장소이다. 신라 시대 사찰에서 출토된 고려 전기의 좌우 협시보살상은 그 시대의 불교 미술과 문화적 연속성을 보여주며, 삼존불에 대한 가설을 제기하게 한다. 특히, 이 보살상 중 석불좌상은 1912년 일제강점기에 일본으로 반출되었다가, 1965년 한일 협정에 따라 다시 돌아왔다. 작가는 이렇게 흩어지고 다시 모이는 유물의 인연을, 아직 도래하지 않은 부처를 기다리는 희망의 상징인 고래로 치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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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에서 작가는 리서치를 기반으로 좌우 협시보살상을 레플리카 형태로 재현하며, 이를 <역사적이지 않은 유물>로 명명한다. 학자들의 가설로 제기된 삼존불에 해당하는 부처 좌상은 유사 유물인 범주로서 설탕으로 재현되어, <흘러내리는 유물들>이라는 제목으로 전시된다. 이 설탕으로 만든 부처는 전시 기간 시간성과 환경에, 서사에 따라 천천히 녹아내린다. 작가는 설탕을 매체로 한 작업을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있으며, 설탕은 그에게 현대 도시 문명의 밝고 어두운 면을 상징하는 물질이다. 설탕은 현대 노동자의 피로를 달래주는 자극제인 동시에 그 중독성으로 인해 만성질환과 질병을 유발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흘러내리는 유물들>은 설탕과 유물을 통해 문명, 노동, 그리고 역사적 유물의 개념을 결합한다. 이 작품은 모든 문명이 성장과 쇠퇴의 순환을 피할 수 없음을, 그리고 아무리 위대한 유물이라 해도 흐르는 시간 앞에서는 영원할 수 없음을 시사한다. 전시장에서 녹아 흐르는 이 작품은 문명의 연속성을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또한, 난류문은 한송사 사찰의 일주문을 재해석한 목조 설치 작업으로, 난기류 속에서 뒤집힌 절의 지붕과 지붕을 감싼 지층의 형태를 보인다. 이 지층은 현재 공군부대 안에 자리 잡고 있어, 그 존재조차 모르는 사람들의 무관심과 시간의 무의미한 흐름을 선의 곡률로 비추고 있다. <신유적캐슬, 2024>과 <황야의 Wanted>는 물질적 가치를 좇는 현대 사회의 시선을 반영한다. 작가는 서로 연계되지 않은 유물, 문화재, 환경 등을 콜라주 하여 심미적 외형을 만들어낸다. 높은 상품성을 위해 문화, 역사, 주거환경, 개념을 이질적으로 혼합한 소비 사회는 소유라는 강한 욕망을 자극한다. 전시장의 사진들은 마치 상품 카탈로그처럼 자신을 뽐내며, 재구성된 유물들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미 역사성을 잃고 상품으로 전락한 우리의 과거를 드러낸다. 영상 작품 <고래는 오지 않는다>는 폐쇄된 장소의 특수성을 바탕으로, 상상 속 한송사를 소조 작업 후 물에 녹아가는 과정을 강릉의 문화와 자연 풍경에 녹여내고 있다. 바다의 윤슬처럼 반짝이는 폭우, 파도, 구름 등의 반복적인 영상 장면은 마치 시간을 거꾸로 돌리는 듯, 녹아버린 문화재가 다시 생성되고 복원되는 과정을 암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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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프로젝트 속에서의 기다림은 마치 『고도를 기다리며』에서처럼, 현대 사회에서 과거의 기억과 기대가 현재를 지배하는 가운데, 그 결과가 현대인에게 부조리하고 무의미한 '의미 없는 유물'이 되어버린 것 아닐까 하는 질문을 던져본다. 강릉에서 고래를 기다렸듯이, 고래가 오지 않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사실 고래는 이미 우리 곁에 와 있었을지도 모른다. 유물은 어디에서나 존재할 수 있는 것이며, 그것은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한 채 시간 속에서 표류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찬란했던 인간 문명의 과거 시간 속에 잠들었던 기대와 소망이 기다림이라는 행위를 통해 현재에 고스란히 남아 있는 것처럼, 고래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관통하며 우리 삶의 모든 순간을 어루만지는 상징적 존재로 떠오른다. 이 고래는 희망을 잃지 않는 인간의 끈질긴 의지와 맞닿아 있으며, 기다림 속에서 언제나 새로운 가능성을 꿈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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