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一 口 之 難 說>
通 高 之 雪, 襄 杆 之 風, 一 口 之 難 說
通 高 之 雪, 襄 江 之 風, 一 口 之 難 說
일구지난설은 직접 겪어보지 않고서야 설명할 수 없다는 뜻의 강릉 방언으로, 양간지풍 일구지난설 (襄杆之風 一口之難設) 과 양강지풍 일구지난설 (襄江之風 一口之難設) 에서 유래한다. 양간지풍 일구지난설이 양양과 간성 사이에 부는 바람은 한마디로 설명하기 어려울 만큼 거세다는 뜻이라면, 양강지풍 일구지난설은 양양과 강릉 사이에 부는 바람은 한마디로 설명하기 어려울 만큼 거세다는 뜻이다.
각각 조선시대에 집필된 <수성지_이식, 1633> 와 <택리지_이중환, 1751> 에 실린 바, 한마디로 설명하기 어려울 만큼 거센 바람이 영동지방의 오랜 풍토임을 짐작할 수 있다. 조선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일구지난설이 강릉에 토착한 표현으로 자리 잡아 오늘날 강릉 시민들이 흔히 쓰는 말이 됐듯, 일구지난설이라는 제목 아래 한자리에 모인 작가들도 대관령 동쪽의 바다를 면한 지역에서 살아가기에 할 수 있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강릉에서 고성에 이르는 강원도 동해안 지역, 즉 강릉, 양양, 속초, 고성, 네 지역은 영동지방, 강원도, 바다, 바람 등 많다면 많은 열쇳말을 공유하는 한편 많다면 많을 공통점 못지않게 많은 차이점을 갖는다. 올해 이들 지역 중에서도 양양과 강릉에 초점을 맞춰, 양강지풍 일구지난설의 미술현장을 선보이는 대추무파인아트는 앞으로 영동지방에서 활동하는 젊은 작가들의 작업을 꾸준히 톺아보는 장기 프로젝트를 이어갈 계획이다. 영동지방이어서 할 수 있고, 영동지방이니까 할 수 있는 일구지난설 프로젝트는 강원 동해안 미술 환경의 오늘을 조명하고 내일을 모색한다. 봄마다 대관령을 넘어 불어오는 마르고 거센 바람은 불씨에서 큰 불로 번져 산을 태우고 사람의 마음을 태운다면, 올 봄 출범한 일구지난설 프로젝트의 첫 전시 <일구지난설>은 상쾌하면서도 따스한 바람이 미술의 불씨를 큰 불로 번져나가 더 많은 삶을 풍요롭게 하겠다는 포부에서 출발한다. 2024년 봄, 강원 동해안 지역에 부는 미술 바람을 느껴보자. 그리고 이 바람이 불지피는 영동지역의 새로운 미술을 기대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