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계의 미학; Borderline Crossover>展
“중국 등에서 값싼 옷을 수입해 라벨만 한국산으로 바꿔치기 한 뒤, 비싸게 팔아온 업자들이 무더기로 적발되었습니다.
라벨 하나 갈고는 최대 10배값을 받아 챙겼습니다”.
2019년 11월22일 KBS.
이른바 라벨갈이 수법을 사용해 150억원어치에 이르는 부당 이득을 챙긴 업자들이 무더기로 적발되었다는 뉴스가 보도되었다. 값싼 물품을 수입해 라벨만 갈아 국산으로 둔갑시켜 유통시켜 적발된 유통업자의 수가 빠르게 증가한다고 하니 대한민국이라는 브랜드파워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인식되고 있음은 틀림없다.
보따리 무역(소무역, shuttle trade, suitcase trade)은 개인이 소량의 물품을 소지하고 국경을 넘어 이웃 국가를 왕복하면서 무역을 함에 따라 붙여진 이름이다. 경계를 오가는 행위로 이들은 경제적 가치를 창출했는데 이 과정에서 비가시적인 문화, 기술, 교육 등이 함께 이동하며 지역이나 나라의 정체성 사이에 힘겨루기가 이루어지기도 했다. 경계선을 넘은 오브제들은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도, 뺏기기도, 또는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되기도 하고, 새로운 유행을 만들어내거나 시대와 역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이러한 면에 있어서 보따리 무역상들의 경계를 넘나드는 행위는 경제적 측면 이외에 다른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여지가 다분하다.
권대훈, 나현, 배찬효 이들 3인의 작가는 특정한 경계선을 넘나드는 행위를 함에 있어서 보따리 무역상과 유사한 방식으로 가치를 창출한다고 할 수 있지만, 그에 따른 결과물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 보따리 무역상은 행위의 결과물이 그들이 원하는 가치(부)를 대신하지만 위 작가들은 경계선을 넘나드는행위의 과정 자체에 더 의미를 두기도 하고, 작품 또한 개인에 따라 그 형태가 매우 다르다.
권대훈 작가는 타지생활에서 겪은 생소함, 주류에 편입되지 못하고 방황하는 이방인의 불안, 두려움, 공포 등의 경험을 토대로 작업하였고, 나현 작가는 서울난지도에서 귀화식물을 채집함으로써 경계선에 대한 해석을 시도하였다. 또한 그는 ‘작가는 그 시대 안에 살면서도 그 시대를 객관화 할 수 있는, 숲의 안과 밖경계에 선 사람’ 이라고 ‘경계’를 구체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한편 배찬효 작가는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남과 여, 동양과 서양의 경계를 작가 자신을 매개체로기존의 질서를 파괴하는 파격적 행동으로 이미 생성되어 있는 전통적 기준에 도전하고 있다.
경계선이란 이국적 풍물에 대한 설렘과 새로운 만남에 대한 기대, 그리움 등을 불러일으키지만, 非國民 또는 국가 체제를 초과하는 사상이나 물품을 소지한사람들에게는 검열과 검색, 체포와 몰수의 위험을 통과해야 하는 검문소이기도 한 것처럼 선을 넘나드는 행위는 쉽지 않은 행동이고 그에 따른 책임이 뒤따르기도 한다. 이 전시는 개념의 경계, 물리적 경계, 생물학적 경계, 국경의 경계등, 경계의 의미 또는 그것을 넘나드는 행위에 대한 의미를 주제로 권대훈, 나현, 배찬효 3인의 작가와 작품으로 기획하였다.